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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by 하기오스 2017. 12. 19.


 

 

Ⅰ. 들어가는 말 : 배운 대로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자본주의 시대에 반자본적인 삶을 구축하는 대안 공동체 운동은 개인의 내면적 성숙을 추구하는 영성 운동, 역사를 변혁하는 운동,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출하는 운동 등 삶을 둘러싼 모든 영역에서 통전적으로 펼쳐진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 즉 삶의 총체성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한다. 왜 우리는 공동체를 지향하면서도, 때로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한국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일정 정도 포기하는 결의를 보이면서도,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역사적 모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분열적인 존재’로 살아가는가.

 

공동체를 지향하면서도 반공동체적 습속을 벗어버리지 못해 공동체가 깨지는 길로 치닫는 것은 아닌가. 자본과 권력이 결합하여 작동하는 세상의 가치질서에 공동체가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것은 아닌가. 한국사회에서 우상화되어 작동하는 가치질서와 문화를 숭배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이중적 태도를 오래 유지하면서 점점 우리는 공동체에 대한 지향과 간절한 소망을 상실한 채, 공동체로 살고 있다는 껍질을 뒤집어 쓴 채 살아가기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대안을 추구하는 집단들도 집단적으로 최면에 걸려 자본이 길들여 놓은 범주 안에서만 탈주를 즐기는 것은 아닌가.

 

열심히 사회 변혁과 대안을 논하다가도 졸업과 동시에 세상이 가르쳐준 길을 그대로 따라 가는 삶이 많은데,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배우고 꿈꾸는 바대로 정직하고 우직하게 더불어 사는 삶, 그런 공동체적 삶을 구현할 것인가.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만남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결국 가능성은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있다. 홀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적이 아니라면, 더불어 살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희망을 걸었다. 공동체를 이루는 일은 자본주의 가치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 가운데 진지를 구축하는 일이다. 자본이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가 꽃 피울 수 있는 공간과 관계를 만들어내고 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필요하다. 연약한 사람들도 공동체라는 진지가 있으면 반자본적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간혹 공동체라면 모든 사람이 소유를 공유하고 같은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서구에서 생겨난 공동체들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들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그려놓은 이상적인 틀을 현실에 대입해보고, 현실이 이상과 다르면 공동체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거나 스스로 실망하면서 공동체로 살기를 거부한다. 사실 공동체는 때마다 처한 과제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해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한다. 처음부터 고정된 실체는 없다. 더구나 이상적인 상을 제시한 뒤에 그 상을 향해 달려가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현실에서 그 상에 맞는 공동체를 이룰 수 없다. 그러한 이상은 머릿속에서나 가능하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어떤 실천을 하며, 어떤 결과를 창출하고 있는가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얼마나 잘 하고 있나 하는, 현재 실천하는 정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대안적인 삶을 살려는 신념이 있는가,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자 하는 확신이 있는가 하는 삶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 더욱 중요하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대안적인 삶을 향한 실험과 실천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모양과 형태를 달리 하면서 곳곳에서 일어났다가 짧게 반짝하거나 세대를 이어가며 공동체로 살았다. 우리는 그들의 실천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한다. 비록 얼마 가지 못한 실험이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 없다. 그러한 실험을 실패라고 몰고 가는 것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자들의 논리다. 그들은 그들의 몫에 맞게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몫과 과제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온갖 타협과 자기 합리화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대를 지배하는 세력은 다른 길을 가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려 했던 공동체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특히 체제를 위협할 정도로 주목 받는 것을 결코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이들이 나타나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하며 자본과 권력으로 찌든 병든 관계에서 마을과 사람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온 공동체들의 정신을 우리 역사와 일상에서 회복하고 증언해야 한다. 세련된 말, 멋스러운 태도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오직 배우고 깨달은 대로 사는 삶이 필요하다.

 

우리는 수많은 공동체들이 대안적인 삶과 관계를 창출하려고 시작했다가 어떻게 세속적인 가치질서에 포섭되어 사라졌는지 공부해야 한다. 우리 시대 맘몬이 우리 욕망을 어떻게 조작하고 지배하는지 그 방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싸움에서는 승리하지만, 전쟁에서는 지고 마는 결과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공동체는 시대를 분석하는 다양한 사유를 연구하고, 그것을 다시 삶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병행하야 한다. 반대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회과학적 해석 틀로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삶을 자본이 조작하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펼치는 일은 젊었을 때 잠시 꿈꾸고 곧 체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공동체는 평생 일관성 있게 대안적인 삶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자본은 우리를 끊임없이 개인으로 호출하지만, 우리는 개인으로는 결코 자본을 이길 수 없다. 그 어떤 영웅도 지고지순한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이 공동체를 이루려는 이들의 마음 자세여야 한다. 공동체로 사는 것은 이 세상에서 이렇게 홀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깨는 것부터 시작한다.

 

공동체가 기존 체제의 대안으로 서는 것은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것이 강제하는 관습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관습적 사고와 정서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가능성과 능력이 공동체에 잠재되어 있다. 공동체에서는 거대한 조직이나 자본의 지배를 받는 단체들이 실천할 수 없는 세속적 가치 질서를 거스르는 새로운 생활양식 등을 철저하게 구현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대안 공동체에 대해, 세속적 기준의 역량(규모/ 자본력/ 권력 등)에 상관없이 기존 가치 질서에 강력한 위협이 되는 혁명성이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문명을 잉태해 내는 강력한 사랑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혁명가적 현실 인식 능력과 성자적 영성/사랑을 동시에 품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한 줄로 소개한다면 ‘구도-생활-사역 공동체’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성령의 사건으로 생성되는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

진리와 소명을 따라 길 떠나는 구도 공동체,

더불어 먹고 서로를 상호 목회하는 살림 공동체,

십자가의 도를 전하고 배우며 영성을 수련하는 수도 공동체,

불의 불평등 분단 억압 전쟁 기만에 저항하는 섬김과 사랑의 공동체,

생명의 생명됨을 회복하고 생명 상호 간의 평화를 일구는 생명평화 공동체

이기를 지향하며 정진하고 있다.

 

 

Ⅱ. 아름다운마을 공동체의 간략한 역사와 현황

 

1. 아름다운마을이 걸어온 길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1991년 6월 ‘새날을 사는 사람들’(새날)이라는 청년 공동체로 시작했다. 일생과 역사 현장에서 일관성 있게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창출하려는 소망을 품었다. 당시 공동체 구성원 대부분은 대학생이거나 결혼하지 않은 20대 초중반 청년이었다. 그래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비록 마을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왜 공동체, 특히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었다.

 

대학시절 사회 변혁을 누구보다 열망하는 사람들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서 서서히 꿈을 접고 사회에 적응하며 살기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한 자리를 잡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자신의 처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론하는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변질되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사적 욕망을 조작하고 창출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개체로 전락한 개인이 맞설 수 있는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홀로 지고지순한 존재가 되어 세상과 맞설 수 있다는 생각부터가 순진한 판단이다.

 

앞선 사람들의 실패는 공동체를 이루며 사회 현장으로 가지 않았다는 것에서 찾았다. 그러한 이유에는 세상을 만만한 공간으로 보았거나, 자신의 힘을 믿었거나, 처음부터 세상과 맞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일에 간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같은 일을 하면서 모든 소유를 공유하고 같은 방식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서로 하는 일은 다르더라도 마을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이다. 그전까지는 서울 사당동과 혜화동에 연구공간과 공동체방 등을 마련해 생활했다. 이곳은 교통이 좋아 서울에서 모이기 편했다. 특히 혜화동은 청년들을 만나기에 적합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거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랐다. 집값이 워낙 높아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살 수 없었다. 결국 우리가 정착할만한 곳을 찾았다. 몇몇 곳을 거론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지금 정착하고 있는 강북구 인수동(옛 수유5동)으로 정했다.

 

2000년 공동체의 한 가정과 공동체방 한 곳이 인수동에 정착한 뒤 꾸준히 이주를 해서 지난 2002년 즈음에는 대부분의 공동체 식구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을 형성한 범위도 비교적 넓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를 업고 마실을 다닌 수 있을 만 한 거리’ 정도로 좁아졌다. 이 정도 거리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마을로 설정한 범위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마을의 경계로 잡는 폭이 다르겠지만, 아름다운마을공동체에게 마을은 아이가 있는 가정도 교제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거리다. 아이를 기르는 가정, 특히 여성은 공동체의 교제에서 소외되기 쉽다.

 

특히 출산하면 집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여성은 기존에 맺는 관계에서 단절을 경험하면서 우울증까지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이 기간에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교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아이와 산모의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자주 방문한다. 말벗이 되어줄 뿐 아니라 해야 할 일도 거들어준다. 똑같은 음식이 질릴 때쯤에는 별미를 만들어 아이들 손에 들려 보내기도 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미혼 청년 때부터 만나서 직장을 정하거나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과 임신ㆍ출산ㆍ육아를 거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고 있다. 처음 한두 가정이 실천하던 것을 이후에 결혼한 대부분의 후배 가정들도 따라서 하고 있다. 가까운 마을에 살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게 통과했다.

 

2. 공동체가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터를 잡은 이유

 

공동체 식구들이 청년의 때에 부모를 떠나 독립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서 주거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그 논의의 핵심과 결론은 ‘마을’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면서 변절해가는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마을을 이루려고 했다. 소명에 따라 각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서로가 자본에 물들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주는 방법은 함께 가까운 마을에서 살면서 수시로 만나고 공부하며 서로의 삶을 지지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착할 마을을 선택한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청년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은 곳이면 좋았다. 이미 지역에서 활발하게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지역은 피하려 했다. 지역의 풀뿌리 시민운동이 자라지 않은 곳으로 가서 청년운동을 개발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1980년대 사회변혁운동을 주도했던 젊은이들이 1990년대 이르면서 구로나 마포 같은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공동육아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운동이 일어났다. 우리도 그런 곳을 가서 기존 운동의 결과물을 받는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젊은이들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서 우리 몫을 찾아보자고 결정한 것이다. 다른 단체가 활동을 잘 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겹치는 운동을 펼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비록 서울에 살더라도 자연과 벗할 수 있는 곳을 원했다. 빌딩숲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다닥다닥 붙은 집들로 숨 쉴 틈도 없는 공간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북한산 자락에 형성된 인수동 범골과 냉골은 자연과 가까운 곳에 살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마을이다. 항상 조용하고 풍치지구 등으로 묶여 개발 제한도 까다로운 편이라 재개발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이런 마을에도 최근에는 유럽식 중정형 아파트를 짓기로 하는 등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덕분에 집값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은 이러한 관점을 공유하면서 각자 적합한 장소를 알아본 다음 토론을 벌였다. 최종적으로 강북구 수유동으로 낙점되었다. 비록 주거 지역을 옮기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하지만, 여전히 청년들과 만나 역사와 철학, 우리 시대를 공부하고 배운 바를 실천하려했다. 그래서 공동체가 옮기더라도 젊은이들이 자주 오가는 혜화에 세미나 시설을 확보했다. 수유에서 혜화는 대중교통으로 30-40분 거리라서 비교적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3. 강북구와 인수동의 지역적 특색

 

강북구는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가장 가난한 곳에 속한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는 강남 지역의 구들과 비교 대상이 된다. 지난 2005년 당시 이인영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학교 교육비를 분석한 결과, 2004년 1인당 교육비가 강남구는 78만 원인데 비해 강북구는 30만 원이 적은 48만 원에 그쳤다. 학부모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하는 교육비는 극심한 차이를 보였다. 강남구는 459억 원에 이르렀는데, 강북구는 150억 원에 불과했다. 지자체 보조금 및 지원금은 더욱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강남구는 56억 원인데, 강북구는 3억 원이 고작이었다.

 

다른 경제 지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교육비 관련 지표를 강남구와 강북구를 비교 제시한 이유는, 교육 지원의 차이는 부모 세대에 이어 자녀들도 사회 경제적인 신분 차이를 대물림하여 양극화 현상을 이어간다는 심각성 때문이다. 사교육도 아닌 공교육 현장에서도 가난한 구와 부자 구의 지원이 극명하게 드러나니, 어떤 구에서 태어나 자라느냐에 따라 불평등한 교육을 받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다.

 

강북구는 1995년 3월 도봉구에서 분구되어 신설되었다. 서울시 동북단에 위치하며, 구의 동쪽은 노원구·도봉구, 서쪽은 경기도 고양시, 남쪽은 성북구, 북쪽은 경기도 양주시·도봉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서울의 외곽지역이다. 1995년 3월 도봉구에서 분구되어 신설되었다. 관할지역은 미아1∼9동, 번1∼3동, 수유1∼6동의 18개 동이다. 2006년 6월 현재 면적은 23.61㎢이고, 인구는 35만 4,215명으로, 인구밀도는 1만 5,003명/㎢이다.

 

강북 뉴타운이 들어서는 길음 지역과 가까운 미아동은 최근 아파트 개발 붐이 한창 일고 있다. 이미 몇몇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섰고,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초등학교는 몰려드는 아이들로 교실이 부족한 지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로 옆 서울에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된 삼양초등학교는 가난한 지역의 학교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자리 잡은 인수동은 영락기도원과 조병옥 박사 묘소 등 북한산 기슭이다. 산 아래 마을인 인수동 516, 518, 519번지 등은 고도제한 지역이어서 비교적 낮은 집들과 상가 건물만 들어와 있어 작은 마을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최근 일부 주민들이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고도제한 해제 등을 요구하며 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서울 안의 지방 작은 읍네 같은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12월 현재 면적 1.77㎢의 작은 땅에 7458가구 1만 8556명이 집 3018동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Ⅲ. 아름다운마을 공동체 특징과 구성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삶을 공유하는 생활공동체를 토대로 사역공동체와 예배공동체로 분화하여 활동한다. 한 사람이 생활공동체에 속하면서 동시에 사역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예배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영유한다.

 

1. 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

 

대안적인 마을 공동체는 특정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얽힌 삶의 모든 관계 속에서 구현된다. 신앙생활이나 일에서만 관계의 깊이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히려 삶의 총체성을 제약하는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 된다. 마을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생활과 일(노동), 운동(실천)과 놀이 속에서 공동체 정신을 구현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일상생활과 신앙생활, 수련과 공부, 공적 실천 등을 삶의 전 영역에서 통일성 있게 수행하는 것이다. 식의주 생활양식, 사회적 관계의 전환을 토대로 ‘우리 몸’을 전인적이고 공동체적으로 수련한다. 또한 내면의 영적질서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수련한다. 이를 통해 대안적 가치질서를 일상생활 속에 구체화하고 증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적 생활영성’을 근간으로 자신의 생활 현장에서 다양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회 변혁 운동을 실행한다.

 

1) 마을생활공동체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우선 마을 단위의 생활 공동체다. 생명 평화가 사라진 도시 생활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통적 마을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대안적인 가치 질서를 구현하고자 한다.

 

기독교의 경우, 수많은 교회들이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하면서도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삶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주일 혹은 주말이라는 한정된 시간만 나누고 대다수의 시간은 서로 어떻게 사는지 긴밀하게 교제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으면서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요일에 한 번 만나는 관계에서는 자신을 감추고 쉽게 속일 수 있다. 가정에서 부부 싸움을 아무리 크게 해도 교회에서는 이혼하기 직전까지도 아무런 일이 없던 것처럼 살 수 있다. 그렇지만 마실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훤히 들여다보듯 만난다면 어떨까.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지옥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태도로 이웃을 대한다면 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 생활은 불가능하다. 구속받기 싫어하는 현대인들의 생활태도로는 감옥 같은 생활일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의 삶이 공동체 앞에 드러나게 되면서 공동체를 떠난 사람들도 많았다. 자신의 벌거벗은 욕망이 드러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만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신을 대하는 자세로 만난다면 매일매일 신과 동행하는 은총을 경험할 수 있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고백한다. 내 안에 모신 신은 내 욕망과 뒤엉켜 어느 것이 신의 말씀인지 아니면 내 욕망인지 나조차 모른 채 내가 나를 속이는 일을 저지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를 잘 알고 애정으로 대하며 매일 마주치는 이웃을 통해 말씀하시는 신의 음성은 내가 속일 수 없다. 기독교인들은 자꾸 내 안에서 울리는 신의 음성에만 귀를 기울이지, ‘너’를 통한 신의 음성에는 그만큼 관심을 덜 쏟는다. 공동체로 산다는 것은 홀로 있으면서 신에게 나아가는 것 못지않게 함께 살면서 이웃을 통해 말씀하시는 신과 대면해야 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마을’을 ‘아이를 데리고 마실 다닐 수 있는 거리’로 규정한다. 마을은 사람이 기본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가장 기초적인 거리다. 우리는 더 구체적으로 거리에 대한 기준을 정했다. 아이를 데리고 마실 다닐 수 있는 거리, 아이들이 심부름을 다니고 친구 집에 홀로 찾아가 놀 수 있는 거리는 공동체 내에서 소외되기 쉬운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이나 어린 아이도 관계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상징적인 기준이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순간부터 대다수의 여성과 일부 남성을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시작한다. 마치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형교회는 수유실과 유아실을 만들어 예배들 드리게 하지만, 그것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아이와 공동체 전체를 떨어뜨려놓기 때문이고, 산모도 공동체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가 있는 집도 충분히 교제할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모이고 교제하고 회의하고 운동한다.

 

① 마을밥상

 

생활을 공유하다보며 먼 거리에 떨어져 살면서 주말에만 만나는 관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기획들이 쏟아져 나온다. 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들이라면 공동 식사는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공동체성을 함양하고 먹을거리를 통해 발생하는 사적 욕망을 제어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저녁을 함께 먹는다. 모든 식구들이 밥상에 참여하지는 않고 원하는 사람만 미리 신청하고 운영한다. 밥상을 차리는 일은 몇몇 공동체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맡고, 모든 식재료는 유기농 매장을 이용하다. 공동체 남녀 구성원들이 자원해서 마을밥상 요리사로 참여한다. 물론 점심도 마을 안에서 일하는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② 보육 품앗이

 

아래 사역공동체 부분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아름다운마을은 자녀 양육과 교육을 가정에만 맡기지 않고 공동체가 책임진다. 공동체 가정의 대다수가 30대 초중반이기 때문에 자녀들도 대개 초등학교 취학 전 아동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을 공동체 안에 세웠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모두 공동체 식구들로, 오랫동안 아동 교육 현장을 누비고 공동체 정신도 깊게 공유하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다른 어린이집이 이른 아침 시작해 저녁 늦게 문을 닫는다. 그러나 아름다운마을의 어린이집은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면 끝난다. 당연히 맞벌이 부부 등은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고수하는 것은 마을학교 교사들을 위해서다.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지 않으면 금방 지치기 때문이다. 대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본다.

 

직장에 다니는 이들도 적어도 두세 달에 한 번은 월차나 조퇴를 하고 보육품앗이에 참여한다. 자녀가 있는 이들 뿐 아니라 처녀총각들도 마찬가지로 내 아이를 키우는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한다. 아름다운마을에서는 아이들의 성을 쓰지 않고 이름만 부른다. 실제 생활은 물론 모든 문서,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주 씨, 이 씨, 김 씨의 아이가 아니라 공동체 아이라는 고백 때문이다. 보육품앗이도 이같이 우리 모두의 아이를 키운다는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보육품앗이는, 교사에게는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부모에게는 두 사람 모두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처녀총각들에게는 육아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쁨을 주고 있다.

 

③ 마을도서관

 

마을밥상과 보육품앗이와 마찬가지로 마을도서관도 사적 욕망을 극복하고 공유를 늘려가는 실천이다. 자신의 집에 책을 쌓아두며 지식이라는 상징을 ‘자기 소유’로 채우려는 욕심을 버리면 공유해서 자기 것을 비우는 길 뿐이다.

 

당장 읽는 책 외에는 모두 도서관으로 가져왔다. 필요할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고, 외부 사람들에게도 대여해주었다.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공유하니 재미있는 효과를 누렸다. 비교적 전세가 싼 지역으로 왔지만 가정마다 책이 많아 넓은 집이 필요했다. 아이라도 출산하면 더 넓은 집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이 있어야 한다. 가난한 가정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그렇지만 마을도서관으로 책을 보내면서 가정마다 책이 빠지니 좁은 공간도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5평 안팎의 작은 집에서도 4~5인 가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2) 미혼 공동체방 생활

 

2008년 10월 현재 아름다운마을공동체에는 남성 공동체방이 4곳, 여성 공동체방이 3곳이 있다. 미혼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수련하는 공간이다.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상호 자율적인 필요와 판단에 따라 참여를 결정한다. 방 생활도 사정에 따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일상을 크게 흩트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례로 열리는 것은 매주 한 번씩 열리는 남녀 공동체방 기도회와 각 공동체방 별로 모이뿐이다.

 

우리는 청년 시절 공동체로 살았던 경험이 결혼 후에도 유익을 주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공동생활을 하며 살림을 함께 꾸렸던 경험은 결혼을 한 뒤에도 남성들이 살림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세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공동체방은 이러한 유익과 함께 서로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고 자신도 그만큼 드러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성격과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 자체가 수련이다. 밥 먹는 시간이 다르고, 일어나는 시간도 다르다. 빨래하는 것과 청소하는 것이 얼마나 큰 수련인지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다. 왜 성자와 청소부가 어원이 같은지 알 것 같다는 고백이 넘친다. 특히 생활 속에서 함께 사는 이들의 잔소리를 듣는 것은 그 어떤 공부보다 성숙에 도움을 준다. 그만큼 잔소리를 하고 듣는 훈련이 중요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는 마음으로 ‘너’를 대하며, ‘너’의 입을 통해 나에게 말씀하시는 신의 음성에 주목하는 것을 영성이라고 고백한다.

 

3) 미혼-기혼 공동생활 수련과 기도회

 

미혼 지체들과 기혼 지체들이 자율적으로 특정 기간(1~2주)을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 수련’ 과정을 통해 가족이기주의가 구조화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세속적 생활양식, 가족이기주의는 굳어진다. 이를 극복하는 토대는 끊임없이 가족 밖의 관계와 가족과 같은 친밀함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을 통해 가족으로 쏠리는 욕망과 관성을 성찰하고 넘어서는 것이다.

 

실례로 저희 가정은 첫째 아이가 돌을 갓 지났을 때 각각 남녀 공동생활 수련을 한 적 있다. 남편 주재일은 집을 나가 남성들끼리 모여 자면서 저녁에는 하루의 삶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했다. 새벽에는 함께 북한산을 등산하고 운동한 뒤 아침에 귀가해 아내의 출근 준비를 도왔다. 아내 한희정이 수련을 할 때는 갓 돌을 넘긴 아이와 함께 잤다. 매일 밤 울고 엄마를 찾았지만, 아빠로서 아이와 얼마나 교감이 없이 사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교제와 수련을 통해 한 가정 안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영적 침체와 대화의 장벽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있다.

 

미혼과 기혼이 함께 모이는 남성기도회와 여성기도회는 각각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남성기도회의 경우, 인생의 변곡점을 겪고 있는 이들이 삶을 나누고 4곳의 남성공동체방 근황을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고, 4곳의 공동체방으로 흩어져 잠을 잔다. 기혼 남성들도 이날은 미혼들과 함께 잠을 자며 교제한다. 여성기도회는 ‘부뚜막’이라는 이름으로 모인다. 여성들은 최근까지 돌아가며 한 사람씩 인생길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나누면서 더욱 깊은 교제를 나누는 토대를 마련한다.

 

4) 기초생활공동체

 

공동체의 준비 정도와 관계적 정황에 따라 다양한 수위의 나눔과 공유 형태를 띨 수 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 내 구성원들도 자신의 수준에 따라 수위를 정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구성원의 재산을 공유하는 것을 지향하지만,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 내에 초대교회의 원초적 관계성을 우리 시대, 우리의 삶에서 구현하고 증언하려는 이들이 모여 기초생활공동체를 만들었다.

 

기초생활공동체는 초대교회의 공동체 원리에 따라 재정과 은사를 공유한다. 재정의 평균적 공유를 토대로 하지만, 개인의 다양한 기질과 취향을 인정한다. 기초생활공동체 형성 시점 현재의 전세보증금, 승용차, 부동산, 적금, 유산, 대출금 등을 기초생활공동체 공동 재산으로 공유했다. 수입은 함께 모아 월 생계비를 균등히 배분하고 남는 재정은 공동 재정으로 운영한다. 임신출산, 의료, 교통, 교육 등 사회적 공공 비용은 공동 재정으로 실비 지출한다. 기초 생계비 내에서 지출, 저축 등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주체적인 책임을 진다. 재정 수입을 평균적으로 공유한 후 조성되는 재정은 공동체 사역 지원 및 기금 조성, 총체적 선교 지원, 청년지도력 양성을 위한 장학 지원 등에 공적으로 사용한다.

 

기초생활공동체를 시작한 지 4년째 되었지만 우리가 약속한 원칙이 무너진 적은 아직까지는 한 번도 없었다. 처음 생계비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간사들의 임금 수준이었다. 아이는 성인의 절반 수준으로 받는다. 처음 재산을 공유하는 과정이 복잡할 것 같아 걱정했고,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특히 기초생활공동체에 참여하는 10여 명의 직업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각자 사정을 고려하다보면 깨지기 쉬울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시작하면서는 다들 너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가정이 돈 때문에 고민하는 일이 없다. 참여하는 사람 가운데는 많은 돈을 내고 적게 가져가는 이도 있고, 기초생활공동체에 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이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이 하는 사역을 포기하고 돈을 벌거나 많은 돈을 내고 적게 받아 힘들어지는 일은 없다. 혹은 피해의식으로 영적 침체를 경험하는 이도 없다.

 

오히려 이러한 생활이 너무 좋아서 긴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내부의 교제가 너무 좋아 안으로만 관심이 쏠릴 것을 염려해 기초생활공동체 회원은 의무적으로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의 후원을 받아오기로 결의했다. 이 돈은 우리가 쓰고 남는 돈과 함께 모아 장학기금을 만들었다. 이 돈은 기초생활공동체 외부를 위해서 쓴다. 기초생활공동체를 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에 대해 끈끈한 애정과 사랑이 강해지면서 내부 결속력이 견고해지다보면, 외부를 돌아보고 연대하는 일에 소홀할 수 있다는 자각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2. 사역공동체

 

아름다운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은 은사와 소명에 따라 함께 대안적인 삶의 양식을 만들어내고, 자율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회변혁 운동을 다양하게 생성해 간다. 더불어 살리는 나눔과 섬김, 연대와 실천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삶과 역사의 현장에서 증언하고자 한다.

 

1) 공동체생활영성수련원(임신출산육아교육/ 전인적 생활수련)

http://cafe.daum.net/agimazung

 

참된 신앙은 종교적 의식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는가가 아니라 신앙이 담긴 새로운 생활 방식을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동체적 생활양식이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고민하고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해 실천하는 것이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하나님나라의 기본적인 모형을 마을로 생각했다. 마을 단위에서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일을 하고 밥을 먹는 것을 꿈꿨다.

 

마을 단위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은 처음에는 임신출산육아교육으로 드러났다. 공동체 식구 가운데 임신과 출산, 육아를 대안적 방식으로 체험한 이가 공동체 구성원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이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스러운 과정임에도 마치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으로 인식되는 현대사회의 잘못된 의료 체계를 거부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진득하게 병원에 가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니, 그것 자체가 다른 후배들에게는 가능성이고 희망이었다. 그래서 다들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임신 기간을 거쳐 조산원에서 폭력 없는 출산을 맞이했다. 그리고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도 집에만 고립되거나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함께 아이를 기르는 이들끼리, 아이를 기르지 않더라도 동네 이모와 삼촌으로서 함께 아이 기르는 법을 배우는 공부방을 개설했다.

 

지난 2005년에는 몇몇 구성원들이 생채식 수련을 시작했다. 단식을 5일 한 뒤(감식과 보식을 합쳐 15일), 최소 45일간 생채식만 하는 것이다. 고기는 일절 먹지 않고 채식도 불에 구운 것은 먹지 않았다. 다만 오곡가루와 된장국 혹은 미역국은 먹는다. 그리고 다시 단식을 3일간 한 다음 두 달 정도를 채식을 했다. 이때는 화식이 허용된다. 이렇게 봄과 여름에 이르는 3-6달 동안 바르게 먹는 훈련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 몸과 마음의 변화를 살폈다.

 

몸이 정화가 되면서 우리의 마음과 삶도 정갈해졌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오염된 음식 속에 살았는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고 살았는지, 고기에 편중된 식습관에 절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르게 먹는 것도 영성수련이다. 영성이란 어떤 기준으로 직장을 정하고 어떤 사람과 어떻게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2) 마을공동체 교육문화터전 아름다운마을학교

http://cafe.daum.net/maeulschool

 

대안적인 가치 질서를 구체적인 지역 속에 구현하기 위해 세운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교육문화사역 기관이다. 서울 강북 수유 지역에 전통적 마을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공동체를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공교육과 대안교육, 자녀교육과 부모교육, 전인적 영성수련 등이 통합된 교육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① 마을학교의 역사

 

아름다운마을학교의 시작은 지극히 소박했다. 공동체가 나이가 들어 결혼하는 가정이 생기면서, 공동체 전체가 고민하는 내용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과제로 어떤 직장을 선택하고 어떤 사역을 하는 게 옳은지에서, 어떻게 결혼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로,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하나님 앞에 바른 길인지를 고민하기에 이른 것이다.

 

처음에는 결혼한 한두 가정만이 임신과 출산, 양육을 고민했다. 특히 자녀를 양육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처음 두 가정이 품앗이 육아를 하는 수준에서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공동체 내부에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2002년부터 모임을 열기 시작했다. 당시는 대안교육을 공부하는 수준의 세미나 모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3년 주말학교와 계절학교를 열어 소박하게 지역과 공동체 아이들과의 만남을 맺어갔다. 10명도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이 토요일 오후에 만나서 숲에서 뛰놀고, 진달래 화전을 지져 먹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수목원으로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다녔다. 거창하게 홍보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가 우리의 활동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길 바랐다.

 

2004년에는 주말계절학교에 이어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공동육아는 앞서 말한 선배들의 품앗이 육아를 이어 받은 것이다. 대안교육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한 친구가 초등학교 교사를 사임하고 공동육아 교사로 나섰다. 품앗이 육아까지는 가정이 아이 보육을 책임지는 구조였지만, 이때부터는 공동체가 보육을 책임지게 되었다. 대안교육을 꾸준히 준비한 사람이 공동육아를 책임졌기에 자연스럽게 주역 주민들에게 알려졌고, 얼마 안 있어 공동체 밖에서도 아이들이 참여하였다. 2005년에는 공동육아에 영아반이 생겼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서 공동체 내부에서 영아반에 대한 육아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때도 이미 교사로 준비한 주체가 있었다.

 

2006년에는 방과후배움터를 열었다. 처음 공동육아에 함께 했던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는데, 그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만남과 배움을 계속 하고 싶어 했기에 시작했다. 역시 지난 2002년부터 함께 교육을 공부하던 그룹에서 몇 이들이 방과후배움터를 기획했다.

 

2007년 교사 1명과 학생 1명이 대안학교를 준비하며 교육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아름다운마을 대안초등학교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공동체 아이들 4명과 교사 3명이 생명, 평화, 공동체 교육을 하고 있다. 오전에는 주로 언어와 수학, 과학 등 정규 교육 과정에도 있는 공부들을 공동체의 교육 방식에 따라 운영한다. 오후에는 정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대안학교 아이들이 함께 다양한 공부를 한다. 미술과 음악을 비롯해 뜨개질, 요리 등을 함께 한다. 북한산 숲속을 산책하고, 택껸을 익히고, <도덕경> <사기열전> <논어> 등 동양 고전을 배우기도 한다.

 

② 교육 운동을 펼치는 원칙

 

마을학교가 꿈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2003년 주말계절학교, 2004년 공동육아, 2005년 영아반, 2006년 방과후 배움터, 2008년 대안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거의 해마다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무작정 뭔가를 만든 것은 아니다. 우선, 우리 공동체의 내적인 필요가 있는가를 물었다. 우리 공동체 아이들이 자라서 교육이 필요한 시점까지 우리는 대안 교육을 공부하면서 준비했다. 그리고 준비된 주체가 있느냐를 따졌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 분야에 은사와 소명을 갖고 준비한 주체가 없다면 기다려야 한다.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을 고용해서 공동체 교육을 맡기게 되면, 공동체 내에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모순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적 필요와 사람도 준비되었다면 일을 시작하면 된다. 다만 우리가 터를 잡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도록 열어놓는 것이다. 우리의 사역이 우리만을 위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마을에도 유익하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만이 마을의 환영을 받고 우리 공동체에도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지금 공동체 내부의 교육모임은 초등대안학교 교육과정을 정교하게 짜는 한편, 중등대안학교로 연계하는 방법과 중등대안교육과정을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3) 생명평화연대

http://welife.org

 

생명평화연대는 다양한 생활현장에서 생활문화개혁, 생명의 살림과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동의 실천을 모색해 가는 연대체다. 모든 회원은 생활 활동가로서의 삶을 실천할 책임과 의무를 지는 주체적 생활 활동가들이다. 보통 시민단체들은 활동은 간사가 하고, 회원은 돈을 내는 이원적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한계를 낳았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수유 지역에서 펼친 운동을 생명평화연대라는 틀로 실천하면서, 전임 활동가를 두지 않으면서 모든 회원이 돈을 내고 활동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따라서 생명평화연대는 회원으로 활동하는 공동체 안팎 사람들이 펼치는 운동 수위에 따라 커졌다가 줄어드는 생명체 본연의 특징을 지녔다. 지역에서 교육에 소외된 청소년들을 교육해달라는 인근 중고등학교 측의 요구를 받고 몇몇 회원이 청소년 교육운동을 하였고, 어느 회원은 한살림과 연대해 안전한 먹을거리 만들기 운동도 펼쳤다. 또 다른 회원들은 새벽에 택견이나 요가를 배우는 활동을 하고, 텃밭을 함께 가꾸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민요를 배우는 모임과 글과 사진을 배우는 모임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또 다른 회원은 지역 사람들과 함께 지역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사랑의 책 배달부’ 활동을 펼친다.

 

생명평화연대는 회원들의 활동을 바탕으로 생명평화를 위해 힘쓰는 단체들과 연대하여 생명평화와 통일, 언론개혁, 교회개혁, 역사바로세우기 등 현 시기 주요 과제들을 생활 현장에서 구현해 가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개혁 및 지역 복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단체들과 연대하여 함께 실천하고 있다. 토지개혁시민연대, 민족문제연구소, 학벌 없는 사회, 언론개혁운동, 강북주민 네트워크,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사랑의 책 배달부’, 성서한국, 기독교사회포럼, 교회개혁실천연대 등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

 

4) 청년 지도력 양성을 위한 연구-실천 공동체, 기독청년아카데미

http://lordyear.cyworld.com

 

일상과 역사의 현장에서 하나님나라를 일관성 있게 고백하고 실천하는 기독청년 지도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실천 공동체’다. 처음엔 주로 공동체 식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었지만, 비슷한 관심을 지닌 단체들과 연대해 공동체 밖의 청년들에게도 문을 개방했다. 특히 공동체 구성원들은 한 과목을 이상을 수강하고 있다. 대신 공동체 내부에서는 이와 중복되는 공부는 하지 않는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공동체, 제자도, 하나님나라를 핵심 주제로 성서, 철학, 역사, 사회분석 등을 통전적으로 공부한다. 주로 개설되는 과목에는, 성서가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의식을 배우는 ‘신․구약 성서의 맥’과 한국과 세계 교회사, 한국근현대사와 북한 현대사, 들뢰즈․화이트헤드․푸코․가타리 등 현대철학자들의 사상이 있다. 또 사회선교 현장과 건강한 목회를 하는 교회를 탐방하고 참여하는 활동을 한다. 금강산과 백두산 등으로 생명평화통일 역사기행, 일본의 원폭 피해지를 비롯해 환경운동 활동지역 등을 돌아보는 기행, 생명농업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일을 병행한다. 학기가 끝날 때는 1박 2일의 ‘공동체 영성수련의 밤’을 통해 공동체적 영성을 함양한다.

 

‘기도-공부-실천’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양육을 통해 교회의 교회됨을 회복하는 운동과 역사 속에서 하나님나라의 통치를 고백하는 역사변혁운동을 공동의 소명으로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 지도력’을 양성한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계절마다 열리는데, 연인원 1200명 안팎의 젊은이들이 참여한다.

 

 

3. 예배 공동체 : 희년마을 / 생명평화마을 / 꿈꾸는마을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한 교회로만 집중되고 커지는 것을 지양한다. 하나님나라 운동의 기본 전략은 한 교회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이고 변혁적인 기초공동체가 다양하게 생성되고, 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① 기초공동체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자체 내부에 세 개의 마을 교회(희년마을‧생명평화마을‧꿈꾸는마을)가 있다. 이 마을교회에는 각각 서너 개의 기초공동체를 두고 있다. 기초공동체는 1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서로를 잘 알고 돌보며 공동의 선교적 과제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수로 구성한 것이다. 흔히 주일 공동예배로 부르는 일요일 오전 11시 모임은 기초공동체들이 예배를 드리는 시간으로 할애된다. 이들은 생활 속의 나눔은 물론, 예배를 함께 드리며, 공부와 수련, 총체적 선교도 함께 수행하는 하나님나라 운동의 기초 단위다. 이 기초공동체 자체가 독립된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보편 교회의 본질을 반영하는 ‘교회 안의 교회’다.

 

기초공동체를 하게 되면 적은 수가 모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강하게 영향을 받게 된다. 대중에 묻혀 있으면, 자신의 영적 상태에 따라 주변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만, 작은 공동체일수록 한 사람의 영적 상태에 따라 전체 분위기가 깊게 침체되기도 하고 상승하기도 한다. 이것은 조직 차원에서는 불안의 요소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라면 당연히 갖는 속성이다. 그리고 서로가 자신의 상태에 따라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을 확인하면서 강한 공동체성을 확보해 간다. 아울러 성령을 통한 상호 목회를 하게 된다. 아울러 의사 결정도 조직의 논리나 세속적 판단이 아니라 은사 공동체의 원리에 따를 수 있다.

 

② 새신자 영입 과정

 

새신자는 ‘새지체되기배움터’(줄여서 ‘새움터’라고 한다)에서 일정 기간 생활한다. 새움터는 매주 모이며, 새움터에 참여하는 지체들은 주일에 기초공동체들을 순회하면서 함께 예배드리고 교제한다. 그리고 이들은 새움터에 있는 동안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를 알아가며, 공동체가 지향하는 꿈과 소명을 확인한다. 참여하는 지체와 새움터 목회의 판단, 목회자들의 회의를 거쳐 영입 여부와 시기를 함께 결정한다.

 

영입이 결정되면, 담임목회자와 상담을 거처 새지체이동사랑방(줄여서 ‘새이방’이라고 한다)을 개최해 새로 온 지체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으로 이동해서 그 지체가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지 듣는 시간을 마련한다. 그리고 영입식을 통해 공동체 지체로서 의무와 권리를 가지게 된다.

 

③ 공동체 회원의 의무

 

공동체의 정식 회원이 되면 ‘나눔의 드림’과 회비를 낸다. ‘나눔의 드림’은 기존 교회의 십일조와 같은 개념인데, 아름다운마을 공동체에서 만들어낸 개념이다. 십일조의 원리가 구약의 이스라엘 공동체를 평균케 하는 원리로 작용했는데, 한국교회에서는 그저 수적인 개념으로 수입의 10분의 1만을 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을 극복하려고 ‘나눔의 드림’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개념을 사용하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목회를 통해 수입에 맞는 ‘나눔의 드림’을 하도록 한다.

 

가령,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정규 초중고 교사들, 대학 교수는 같은 일을 하지만 월급 차이가 상당하다. 사회에서는 이러한 수입 차이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이러한 차이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놓은 왜곡된 경제구조로 여긴다. 이러한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혁하는데 앞장서야 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왜곡된 사회 구조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대안적 삶의 양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버는 사람은 산술적인 십일조보다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내거나 오히려 공동체가 지원하는 것이 ‘평균케 하는 원리’(희년)를 구현하는 것이다.

 

평균케 하는 원리는 헌금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체 내에서 사역하는 마을학교 교사들은 법적으로는 방학이 없어 쉴 수 없는 반면, 정규 초중고 교사들은 두 달에 이르는 방학이 있다. 공동체에서는 자율적으로 정규학교 교사들이 방학 중 일정 기간을 마을학교에서 사역하고, 마을학교 교사들이 쉼을 얻는다. 일종의 방학 품앗이를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④ 공동체 연합 예배

 

각 기초공동체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연합 예배를 드린다. 보통은 매달 첫 번째 토요일과 일요일에 전체 모임을 한다. 이때는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모임이 이어진다. 보통 토요일 저녁에는 소그룹별로 모여 기도회나 놀이를 할 때도 있고, 사회적 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거나 같은 나이의 동기들이나 남녀 모임을 연다. 이때를 비롯해 전체가 모일 때 소그룹은 기존의 기초공동체가 아니다. 전체가 모일 때는 평소에 자주 만나지 않는 관계끼리 교제하도록 구성한다.

 

⑤ 예배 공동체에 대한 총평

 

기초공동체 중심으로 활동하는 교회 공동체의 형태는 지체들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최대한 고양하는 방식 중 하나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관계를 제대로 맺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은사를 개발하는데도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다. 은사는 혼자 있을 때 발견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솟아나는 것인데, 친밀한 관계 속에 늘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몰랐던 성품과 기질이 발휘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조직화, 대형화에 따르는 행정, 관리 등에 소모되는 역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 10명 안팎의 가족 같은 기초공동체는 서로의 삶이 잘 공유되어 성령의 교제케 하시는 은총을 생활 속에서 몸으로 체험하고 고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초공동체별로 활동하기 때문에 일반교회처럼 큰 공간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매월 한 번 전체가 모일 때만 지역의 문화센터, 학교 등을 빌려서 사용하고 다른 주일은 가정이나 마을학교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건물을 사거나 유지하는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건물이 없는 것 자체가 대안적인 교회의 모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건물에 들어가는 재정과 인력을 소모하지 않고 하나님나라 운동의 역동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쏟아 붇는다면 작은 교회이면서도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Ⅳ. 아름다운마을 공동체의 꿈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2002년에서 2006년을 거쳐 구성원들이 꿈나눔을 했다. 10년 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역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우리는 어떤 관계의 깊이를 누리고 있을지를 나눈 것이다. 나누는 형식도 가지가지였다. 어떤 사람은 10년 뒤 어느 날의 일기를 발표했다. 신문과 방송도 등장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나온 이도 있고, 연극과 노래로 표현한 이도 있었다. 다양한 꿈들이 펼쳐졌지만, 분명한 것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하는 일이 마을 밖에서 벌어진다고 해도, 그 일을 마을과 어떻게 상관하는지를 밝혔다.

 

개인의 꿈나눔을 한 자리에게 듣는 것이었지만, 각자의 나눔은 공동체가 어떤 삶을 지향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개인이 자신의 삶으로 잘 소화하고, 자신의 진로를 공동체의 지향 속에서 결정하였다. 아울러 다른 이들의 꿈을 들으면서 자신의 꿈을 조정하고, 다른 이의 꿈에 동참하거나 아예 자기 꿈으로도 생각하였다. 그래서 개인의 꿈나눔은 공동체 전체의 꿈이 되었다. 이후 공동체는 몇 가지를 구체적인 과제로 생각하였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이러한 꿈나눔을 몇 년에 한 번씩 전체가 모일 때 하고 있다.

 

이러한 꿈나눔을 사역 현장에서 실천하는데, 다양한 사역을 동시에 여러 곳에서 펼치다 보면 의견 조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런 사안을 반복해서 거치면서 아름다운마을공동체만의 독특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었다.

 

공동체 총회에 해당하는 모임이 1년에 한두 번 모인다. 하지만 모든 사항을 총회가 의결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일은 사역공동체 단위에서 결정한다. 교육이면 마을학교 등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결정하고, 시민운동에서 펼치는 다양한 활동은 생명평화연대 내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경우는 사역 주체들이 결정한 것을 공동체가 받는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의견이 엇갈릴 때다. 학교를 이전하거나 많은 재정을 투입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이견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는 사역 주체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토론을 벌인다. 토론에서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끝까지 팽팽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최종 결정은 공동체 총회나 대표가 아니라 사역주체들이 내린다. 반대 의견을 수렴해 일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지금 일을 밀고 나가야 할 때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일을 하는 사람이 책임 있게 선택하도록 하는 구조고, 그 일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밝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결정을 믿고 지지하는 일이다. 공동체 정신과 삶을 공유한 이들이라면 의견이 상반되더라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일보다 관계가 더 우선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일은 일을 추진하는 능력과 기술보다는 관계에서 생성된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꿈나눔을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공동체적 관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1. 생산 공동체를 지향한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서울 수유동에 도시 공동체로 정착했다. 이는 장점이면서 한계를 안고 있다. 장점은 농촌으로 내려간 공동체와 달리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현장을 포기하지 않고 모여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공동체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했다. 생산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서로의 일을 어느 정도 통일시켜 공동체 전체가 비슷한 직업군을 가짐으로 공동체의 안정을 꾀한 점도 작용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곧 단점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점점 사회적인 의제를 멀리하는 경향으로 흘렀다. 우리 공동체의 경우는 그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도시에 살면서 시대 의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또 무리하게 각자의 사역을 통합시키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먹을거리를 다른 이들에게 의존한다.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는 민우회나 한살림 등 생활협동조합에서 나오는 유기농산물을 먹는다. 텃밭을 가꾸는 이들도 있지만, 직접 제배하거나 생산자와 교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우리 공동체에서 몇몇 자체가 자신의 꿈나눔으로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공동체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의 필요가 있고 몇몇 사람이 준비하고 있다. 한 미혼 남성 지체는 농촌희망재단에서 일하면서 농사 관련 정보를 얻고 있고, 다른 기혼 남성은 철원 지역에 300평의 밭은 빌려 공동체 지체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꾼으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다른 지체는 귀농운동본부에서 농사를 배우고 텃밭에서 실험을 하면서 농사 관련 책을 쓰고 있다.

 

공동체에게 먹을거리를 자급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먹을거리를 확보한다면, 다른 일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기반을 구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굵직한 일을 하더라도 밥상을 누군가에게 의존하면 쉽게 흔들리게 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 차원의 거대한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작은 공동체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유전자조작식품 사용,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 수입, 최근에는 멜라민 사태까지 우리 밥상과 먹을거리가 위협받고 있을 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더라도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기는 쉽지 않다. 유기농을 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냉혹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고 뒤늦게 시작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경쟁 속에 들어가면 농사에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농사를 짓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공동체가 먹을 만큼 작물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그 사람이 수확한 양과 무관하게 공동체는 그의 생계비와 농사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2. 생태적 대안학교를 꿈꾼다

 

아름다운마을학교는 공동육아와 계절학교, 주말학교, 방과후학교를 주력하다가 올해 초 대안초등학교를 개설했다. 몇 년 안에는 중등 과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초기 대안초등학교 교사로 참여한 이들과 제도권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이들, 교육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5년 넘게 꾸준히 대안교육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처음 1년 동안 전국의 대표적인 대안학교들이 실시하는 교육과정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느끼는 점을 현장 교사들과 나누었다. 만남을 통해 쌓은 정보들을 정리하면서 작년부터 아름다운마을학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다듬어나갔다. 올해 가을에는 각 교과별로 대안 교육과정에서 풀어야 할 공부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아름다운마을 대안초등학교는 생태적인 공간에서 교육하기를 꿈꾸고 있다. 서울 인수동은 도심으로서 최적의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학교가 북한산 자락에 있어 5분만 걸어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아이들이 이름붙인 ‘작은숲속’과 ‘비밀숲속’ 등은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안성맞춤이다. 북한산 냉골과 범골에서 흘러나오는 계곡에도 언제든지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서울이 여전히 각박하다.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집값 때문에 넉넉한 교육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생산공동체와 함께 교육공동체도 시골로 내려가는 준비를 하고 있다.

 

대안초등학교를 인수동에 세우면 공동체 구성원들이 시골로 이동하지 않아도 되지만, 상당한 액수의 돈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충분히 생태적인 교육을 하기 어려우며, 지역 개발이라는 악재를 늘 만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반면 학교가 시골로 내려가면 교사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내려가든지 기숙사를 운영하든지 해야 한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도록 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물론 늘 마을에서 마주치며 즐겁게 놀고 공부하는 이모 삼촌들이지만, 부모의 품을 떠나 주중을 보내는 것은 분명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선 수유동에서 대안초등학교를 시작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는 중등 과정부터는 자연과 가까운 농촌 지역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3. 피정 공동체를 꿈꾼다

 

서울 인수동에는 생활 공동체와 사역 공동체, 예배 공동체가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운동가-인간형이나 직장인-인간형만을 만들어내기 쉽다. 사역 현장에서 바쁘게 살아가다가 주말에도 공동체의 여러 모임을 하고, 거기다 주중 저녁에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은 자칫 몸과 마음이 지칠 수 있는 삶의 양식이다. 그래서 머물러 자신을 성찰하는 수도원적 영성을 수련하는 게 우리 공동체의 과제 중 하나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시골로 공동체의 일부가 내려가면, 그곳에 피정 공간을 세우고 이끌어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피정 공동체를 이끌려는 꿈을 꾸고 다양한 준비를 하는 지체가 이미 있다. 준비하는 이들은 피정 공동체 단독으로 서는 게 아니라 생산 공동체와 교육 공동체와 협동하면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개신교는 수도원 운동을 계승하지 못하고, 부흥회식 기도원만 넘쳐났다. 아울러 이러한 기도원은 시대의 아픔과 질곡을 놓고 기도하기보다는 가족의 건강과 자신의 입신양면 등만을 바라는 기도로만 넘쳤다. 또 몸을 수련하지는 않고 기도만 하는 내적 수련 편향을 보였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피정공동체를 시골에 세우려 한다. 열심히 일하다가 쉼이 필요한 이들이 1년이든 6개월이든, 혹은 1-2주든 시골로 내려와 기도하고 성서와 고전 등을 묵상한다. 이와 더불어 농촌공동체에서 함께 농사에 참여하면서 마음뿐 아니라 몸도 회복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일하다가 지치면 충분히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길게 운동하고 일을 할 수 있다.

 

4. 마을 공동체를 꿈꾼다

 

아름다운마을 공동체는 이미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을을 꿈꾸고 있다. 마을을 더 풍성하게 일구어갈 수 있는, 마을에 꼭 필요한 공간과 직업을 창출하는 일을 하겠다는 말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3-5년에 한 번씩 꿈을 나누는 수련회를 개최했다. 5년 혹은 10년 후의 자신과 공동체를 꿈꾸는 것이다. 공동체의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꿈 나눔에서 자신의 꿈을 공동체의 방향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마을을 가꾸는 꿈을 밝히는 일들이 많았다.

 

마을에서 빵집과 떡집을 하겠다는 부부, 도장을 차리겠다는 청년, 컴퓨터 수리점을 하겠다는 직장인, 마을에서 기타교실을 열겠다는 사람, 마을 신문을 만들겠다는 현직 기자, 마을 책방을 만들겠다는 학생, 유기농으로 만드는 음식점을 차리겠다는 시민운동가, 우리 옷을 만들어 팔겠다는 주부, 카페를 열겠다는 사람…. 지체들의 꿈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는 마을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역할에 걸맞은 자리를 찾는 일이다.

 

이러한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은 지금 자기 삶의 자리가 있다. 당장 일을 바꾸거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동체의 기획과 각자의 준비한 정도에 맞게 꿈을 펼치고 있다. 조직은 조직의 필요를 최우선으로 삼기에 주체가 준비된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시기에 따라 일을 추진한다. 그렇지만 공동체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체가 충분히 준비하도록 머무른다. 기다리면서 겪는 불편을 다 같이 감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가 차면 일을 추진하다. 더디 가는 것이지만 가장 확실하고 길게, 그래서 오히려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오랜 기다림과 준비를 거쳐 마을학교를 열었고, 요가와 택껸 수련을 하고 있고, 마을신문을 창간하였다. 마을밥상도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농촌-도시 공동체’를 꿈꾼다

 

지금까지 공동체는 도시든 시골이든 한 곳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를 한다고 하면, 주로 시골로 내려가서 공동생활을 하는 것을 상상하기 쉽다. 같은 직업을 갖고 농촌에서 생활하면 복잡한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 하는 일과 수입, 들어가는 경비가 다르면 이를 균형 잡아 안배하면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게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동체의 사역을 단순하게 통일한다. 이러한 과정은 분명 장점도 있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은사와 소명을 펼치지 못하게 막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공동체는 구성원이 다양하게 표출하는 은사와 소명을 살리면서 이러한 다양성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농사와 피정, 통일운동 등 농촌에서 벌일 수 있는 사역을 꿈으로 품고 키워가는 지체들의 열망을 공동체 차원에서 보듬을 수 있는 농촌-도시 공동체를 그려가고 있다.

 

간혹 농촌-도시 공동체를 이루는 공동체들이 있었지만 두 곳 간의 조화를 이루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 곳으로 급격하게 공동체의 중심이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마을공동체에게도 농촌-도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길을 열러주시리라 믿으며 기도하면서 정진하고 있다.

 

Ⅴ. 나가는 말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기독 신앙을 토대로 하는 마을 생활 공동체다. 성서를 해석하고 우리 시대에 맞게 적용, 실천하는 공동체다. 아울러 우리의 삶을 성서에 비추어 성찰한다. 성서와 신앙 언어는 역사, 철학적 담론으로 바꾸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정치 경제적 문제 등도 신앙의 언어로 재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펼쳐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해석학적 순환을 거쳐야만 건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해석학적 순환 과정에 있는 공동체는 성공과 실패로 모든 일을 규정하지 않는다. 계획한 바를 이루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랑할 것이 못된다. 모든 꿈을 현실로 옮겨오지 못해도 그것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공동체에 부여한 몫에 맞게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자세다. 겸손하게 우리 시대에 공동체로 부름을 받은 이유를 묻고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동체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무지나 능력 부족이 아니다. 겸손과 염치를 상실한 태도다. 옥천신문사 오한흥 전 대표는 안티조선운동은 염치와 상식을 세우는 운동이라고 말한 적 있다. 사회 현상 뿐 아니라 공동체를 세우는 데도 가장 중요하는 것은 염치 있게 살며 사랑으로 섬기는 인간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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